남편일지) 임신 13주차 1일(하루전) 니프트 검사결과가 나왔고 입덧은 여전했다.
내가 출근하는 평일에는 최대한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평범하게 출근하고, 퇴근하고, 가능하다면 저녁을 챙기고 미처 와잎님이 정리하지 못하신
집안일을 하는 것이 나의 임무이자 역할이다.
이번 주 월요일은 컨디션이 좋으셨는지 수영을 하자 제안해주셨고 수영장에 풍덩.
서로 얘기를 하다 내가 신이 났었는지 조금 틱틱대는 투로 강한 어조의 농담을 하니 바로 토라지셨다..
달래도 달래지지 않아 나도 포기했다. 나야 편하지뭐 혼자 놀아라.
결국 그럴 수는 없었는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물기를 닦아주고 서로 사과하면서 하루를 끝냈다.
여전히 저녁은 랜덤하게 드시지만, 항상 퇴근하고 돌아가는 길에 먹고 싶은거나 저녁을 물어본다.
이번주는 저녁 약속이 빈번하여 저녁은 대부분 그녀 혼자 챙겨먹었다. 말이 먹었다지 제대로 된 식사는
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엇그제 목요일엔 회식 후 집에가기 미안하여 먹고싶은 걸 물어봤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아이스크림.
어쩌겠나 이거라도 먹어야 힘을 내겠지 하며 원하시는 걸 고를 수 있도록 사진을 투척했다.
임당이 걱정되는 건 사실이었지만 맛있는 건 살이 안찌듯이 별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D+56 (2.7 금)
주말에는 집청소를 한번 본격적으로 해보리라 생각했다. 잘 사용하시던 쇼파와 강쥐쓰가 사용하는 쿠션에서
갑자기 냄새가 난다는 이유에서였다. 맡아보니 꼬순내 대폭발. 개인적으로 나는 너무 좋았으나,
그녀는 너무 심해서 힘들다고 표현(?)했다. (물어보니 임신땜에 예민해져서 갑자기 고통스럽다고 한다 마치 나의 냄새처럼..)
어떻게 냄새를 없애야 할까 고민하다가, 예전 인스타에서 레몬/시나몬스틱/바닐라에센스 를 넣어 끓이면
집안에 좋은 향기가 가득하다고 했던 게 생각났다(미국 부자집 냄새라고 했는데)
이참에 한번 시도해보자! 라는 생각에 시나몬 스틱을 또 어디서 구하나 회사 근처 고급 식료품점을 기웃기웃.
없다. 하지만 빈손으로 갈 수는 없다. 성의를 보여야 한다. 바로 그녀가 마음에 들어할 만한 과자를 집었다.
(토요일인 현재, 한개 먹고 방치 중인 걸로 봐선 성의를 보아 한 피스 맛만 봤다.)
동네 마트에서 시나몬스틱을 구하고,
냉동피자로 저녁을 대충 때운 후 중요한 일처리를 위해 잠시 집을 비웠다.(중고거래)
돌아오는 길에 그녀와 같이 냉동피자를 먹으면서 봤던 무한도전에서 닭갈비를 먹는 것을 보며
본인도 갑자기 너무 땡긴다고 신호를 주셨던게 기억나 일처리 후 마트에 가서 닭다리살을 샀다.
퀵하게 레시피를 훑어보며 머릿속으로 구상 후 닭다리와 함께 잠에 들었다.
D+57 (2.8 토)
본격적인 주말이 시작됐다. 이상하게 눈이 빨리 떠졌고 하루를 일찍 시작했다. (고 해봤자 9시반)
청빨설 당연한 루틴이었고 와잎님을 깨우기 싫어 와잎님의 에어팟맥스를 착용하고 청소 시작.
청소가 즐거워졌다! 왜 이 좋은걸 쓰지 않으실까? 한국에서는 겨울 귀도리로 쓰시던데 여긴 여름이라
안쓰신다고 얼핏 말씀 주셨던 부분이 매우 가슴 아팠다. (내가 사줌)
나라도 써서 가치를 높여야겠단 생각에 써봤는데 넘나 좋았다. 이맛이지..
이참에 운동하면서도 쓰기 위해, 땀이 많은 나를 위한 내부 커버를 따로 구매했고
그녀는 오리지널, 나는 땀흘리며 지저분하게 쓸 커버로 구분하여 쓰기로 했다.
아무튼 청소를 하고 있으니 스르륵 일어나서 나오는 그녀들(그녀+강쥐).
옹알옹알 재잘재잘 대는 그녀의 얘기를 들어주고, 청소를 마저 끝내고, 또다른 그녀의 용변을 처리하기 위해
산책을 권유했고 승낙을 받았다. 그동안 나는 닭갈비 재료를 사와야지.
닭갈비는 대성공! 객관적으로 너무 맛있었다.. 만드는 과정은 고됐는데 너무 맛있게 먹어주니 감사했다.
양조절에 실패하여 터무니없이 많은 양을 만들었는데 저녁에 우동사리를 넣고 먹자고 그녀가 제안해줬다.
고맙다.. 닭갈비를 먹고나선 바로 운동을 다녀와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이번 주말도 무난하게 흘러갈 것 같다. 그녀가 조금이나마 더 많은 양을 먹고 입덧을 얼른 끝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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