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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일지) 임신 9주차 와이프 케어 #8. D+37(2025.1.19) 2탄. 쉽지 않다.

뚝딱스홈 2025. 1. 23. 23:47

남편일지) 임신 9주차 와이프 케어 #8. D+37(2025.1.19) 2탄입니다. 37일째 기록을 마저 써야지..

 

세줄 요약:

1.

2.

3. 이제 좀 괜찮아 지나..?(반복)

 

D+37  

 

쓰다보니 하나 빼먹은 게 있었다. 지난 금요일 병원을 찾아갔을 때 의사쌤이 말씀해주시길,

애기가 생각보다 작아서 대략 9주 5일 됐을 거라고 하셨다.

원래 계획보다 3일정도 늦어진 셈. 이 정도라도 산후조리원에 얘길 미리 해야하나? 싶었으나

어차피 한국 들어가면 의사쌤에게 진찰을 받을거고 그때 정해지는 출산일 기준으로 다시 업뎃 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결론은 오늘은 9주차 마지막 날!

 

갑자기 왜 그런 바람이 불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아침에 눈을 뜨고나서 설청빨을 끝내고 난 후

갑자기 아침을 차려줘야겠단 생각이 번뜩 들었다. 아마도 요 몇일(해봤자 이틀밖에 안됐네 ㅎㅎ)동안

와잎님께서 손수 아침을 차려주신 모양에 나도 뭔가 해줘야겠단 생각이 들었던 것이 첫번째 이유,

두번째로는 유산소를 해야겠단 생각이 꿈속에서 축구하다 슛을 쏘는데 와잎님 엉덩이를 걷어차며 갑자기 잠에서 깨듯 갑작스레 튀어 나왔다. 결론은 마트까지 뛰어가기로 결심. 뛴다고 해봤자 낡아버린 몸뚱이를 이끌고 빠른 걸음을 하는게 전부였지만..

[사진은 없다. 기록하는 삶을 살기란 쉽지 않다. 부지런함에 박수]

 

결국 마트에 도착. 그럼 이제 무슨 요리를 해주지? 아무 생각도 없이 무작정 출발하여 와잎님이 눈뜨기 전(실제 몸을 일으켜 기침을 하시기 전)에 얼른 재료를 사서 돌아가겠다는 생각만 하면서 왔던 터라 뭘 할지 전혀 생각이 안났다.

아 그래, 연애 때부터 줄곧 해주겠다 말만 늘어놓았던 에그 베네딕트를 해주겠다고 결심. 

기억을 더듬어봤다. 때는 바야흐로 2008년 핸드폰도 없이 맨해튼을 나홀로 헤메이던 역사적 시점으로..

잉글리쉬머핀, 튀긴듯한 감자, 연어, 햄, 수란, 화룡점정 홀랜다이즈 소스...

사실 기억이 잘 안나지만 정말 맛있었던 기억만이 존재하는 음식.

대충 이것저것 사왔고 냉장고에서 꺼냄 / 식탁 셋팅 / 홀랜다이즈 소스 재료가 없어서 급조

우선 손에 집히는대로 사보자. 내맘대로 재료를 추가하며(내취향으로다가) 아보카도,버섯(건강식), 파, 감자를 사서 귀가.

자 이제 요리를 펼쳐보자 라는 맘에 무엇부터 할지 고민고민하며 감자를 썰기 시작했다.

감자 뚝딱 / 동시다발적 요리 / 어쩌다보니 요리 완성

요리하는 걸 좋아했기에 시작했으나, 마지막 설거지를 보면서 깊은 한숨이 나왔지만 맛있게 된 것 같아 기분은 좋았다.

장보고 집에 들어왔을 때 와잎님이 계속 기웃거리는데 들어오지 못하게 소릴 질렀다.(놀래켜줘야 하니까)

사실 이런 부산스런 움직임은 내가 정성을 다했다는 증거다. 맛있는 요리를 내어주는 것보다 내가 상대방을 위해서 얼마나 정성을 쏟아 이 요리를 만들고 고민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와잎님에게 점수를 더 받을 수 있는 포인트 아닐까. 아닌가?

 

식초가 없어서 피클 국물로 대체한 홀랜다이즈 ㅎ / 그럴싸한 식탁 완성 / 상세컷도 그리 나쁘진 않아 보인다

 

할말은 많지만 뭐 어찌됐건 완성된 에그 베네딕트. 뿌듯하다. 난 내 요리가 제일 맛있다.

라피의 건강을 생각해 버섯, 아보카도까지 곁들인 에그 베네딕트. 굳이다.

와잎님이 다행히도 맛있게 먹어줬으니 대 만족.

홀랜다이즈 소스에 수많은 헛점이 숨어있으나 뭐 어떠냐 내 정성이 중요한거지.

맛있게 먹어준 와잎님께 박수. 얼른 설거지를 끝내고 나니 맘도 뿌듯하고 몸도 지쳤다. 

 

후식까지 제공해드리고 나니 드디어 내 임무를 완료하였고 잠시 일요일의 여유를 즐기며 책을 보고싶었지만 스위치를 손에 잡았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사진과 다르지 않은 풍경이 보인다.

 

평일엔 하루종일 골골대던 친구가 갑자기 주말만 되면 푸파로 변신하는 이유는 뭘까?

 

갑자기 몇일 전부터 주문을 외우던 꿔바로우+냉면이 먹고싶다는 와잎님. 어쩌겠어 가야지.

최근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인지하지 못하겠다. 그냥 하자는거 하고, 먹고싶은거 먹고, 게임하고, 아 게임이 문제였나.

푸파푸파. 맥주 허락해주심 / 도파도파 /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굉장히 기뻐하는 그녀.

차이나타운에서 실컷 배를 채우고 나서, 혈당관리를 위해 우리는 거리를 걸었다. 걷다보니 발견한 아이스크림 가게.

그냥 이름이 신기해서 웃으며 도파도파하고 읽었는데 귀신같이 창가에 달라붙더니 아이스크림집이라는걸 캣치하신 그녀.

결국 들어가서 아이스크림 겟. 혈당 때문에 걷는 것 아니었나요?

 

간만에 데이트하는 기분이 난다면서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즐거워하는 그녀. 귀엽다. 하지만 배가 불러서 힘들었다.

이렇게 주말이 빠르게 흘러갔고 나는 출근을 위해 빠른 잠자리에 들어서 핸드폰을 하다 잠들었다. 그녀는 몇시에 잤을까..?